편지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도 성현이가 저를 신뢰하는지 좋아하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아직도 저에게 마음을 열고 있지 않는듯합니다.
그만큼 방어기제가 많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제가 손을 잡아도 피하고
어깨를 다둑거려 주려고 해도 도망가고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피합니다.
저하고 긴 대화도 안되고요. 그저 단답형으로 장난으로 넘어 갑니다.
어쩌면 교사에 대한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많은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드문 경헙입니다.
그동안 제가 다가가려 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침마다 안부 묻고 비티민도 자주 주고 칭찬도 많이 하고
A도 주고 스티커도 주고 곁으로 불러 말도 시키고
제 나름대로 야단도 자제하고 벽을 허물려고 애쓰는데요...
그래서 어제 스승의 날에 제게 카드도 만들어주고
색종이로 뭐 만들어서 갖다주는 게 아주 신기했습니다.
이제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보이나 하고요...물론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서 말해주신 것인지도 모르고요..
제가 성현이에게 이런 의문을 갖는 것은
사실 신뢰가 쌓여야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 대화가 되고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성현이에게 잘못하는 것은 없는지 돌아봅니다.
그런데 어쩌면 성현이가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교사로서 저는 성현이가 사랑스런 존재라기 보다는
저 역시 성현이를 부담스런 존재로 받아들이며 출발을 시작했으니까요....
교사인 제가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해야 성현이도 변하겠지요.
그래야 제게 많은 숙제를 안겨준 그 녀석도 제게 조금은 고맙고
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스스로 느낄 날이 언젠가 오겠지요....
그렇게 우리 모두 성장할 그 날을 애타게 기다려봅니다.
성현이 어머님,
항상 편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교사로서 늘 부끄럽습니다.
어머님의 사랑으로 성현이의 변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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